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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 AI 디자인

클라이언트가 AI 시안을 보내며 "이것만 다듬어 주세요" 할 때

클라이언트와 상사가 챗GPT, 클로드로 만든 시안을 건네며 마무리만 부탁하는 일이 늘고 있다. 값은 깎이고 일은 그대로인 이 상황에서, 무엇이 남아 있는지 그림으로 정리하고 견적과 대화에 쓸 수 있는 순서를 담았다.

· 읽는 데 약 4분

"AI로 대충 만들어 봤는데, 이것만 좀 다듬어 주실 수 있을까요?"

요즘 이런 메일을 받는 디자이너가 많다. 첨부된 건 챗GPT나 클로드로 만든 로고, 포스터, 랜딩 페이지 시안이다. 그리고 대개 한 줄이 더 붙는다. "거의 다 된 거라, 비용은 좀 낮춰 주시면 좋겠어요."

10월 12일 Fast Company가 이 이야기를 다뤘다. 그래픽 디자이너 열두 명 넘게 인터뷰했는데, 지난 1년 반 사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사람이 많았다. 클라이언트는 AI 시안을 보내며 값을 깎고, 회사에서는 상사가 AI로 만든 화면을 내밀며 "이대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 의견을 내면 "챗GPT한테 물어봐"라는 답이 돌아오기도 하고, AI가 대신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있었다. 기사는 이렇게 디자이너가 '픽셀만 옮기는 사람'이 되어 간다고 썼다.

먼저 밝혀 둘 것. 이 글은 인터뷰 기사와 몇 개의 조사를 바탕으로 한다. 이런 일이 얼마나 흔한지 보여 주는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아래 그림과 순서는 기사 속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사이트가 정리한 것이다.

"거의 다 됐다"는 착각

클라이언트 눈에 AI 시안은 완성품에 가깝다. 그럴듯한 색, 그럴듯한 구도, 그럴듯한 글자. 그런데 그걸 실제로 쓰려면 해야 할 일이 꽤 남아 있다.

클라이언트에게 보이는 건 AI 그림 한 장이지만, 그 아래에는 권리 확인, 다시 만들기, 글자, 브랜드, 매체별 파일, 수정 대응이 남아 있다.
클라이언트에게 보이는 건 AI 그림 한 장이지만, 그 아래에는 권리 확인, 다시 만들기, 글자, 브랜드, 매체별 파일, 수정 대응이 남아 있다.

몇 가지만 짚어 보자.

글자는 대개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AI가 그린 글자는 그림이다. 고칠 수 없고, 한글은 특히 자주 깨진다. 로고라면 결국 손으로 다시 그려야 한다.

파일이 없다. AI가 주는 건 그림 한 장이다. 레이어도, 벡터도, 인쇄용 해상도도 없다. 명함, 간판, SNS용으로 쓰려면 다시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권리 확인이 남아 있다. 이 그림을 상업적으로 써도 되는지, 다른 브랜드 로고나 실존 인물과 닮은 데는 없는지. 이 부분은 AI 이미지, 클라이언트 작업에 써도 될까에서 자세히 다뤘다.

AI 시안이 해 준 건 "이런 느낌"을 정하는 일이다. 그것도 쓸모 있는 일이지만, 디자인 작업 전체로 보면 앞부분이다.

일감은 실제로 줄고 있나

분위기만이 아니다. 숫자로 나온 것도 있다.

조사무엇을 봤나결과
하버드 경영대학원·임페리얼 칼리지 연구프리랜서 플랫폼의 일감 공고이미지 생성 AI가 나온 뒤 8개월 사이, 이미지 관련 일감 약 17% 감소
Fast Company·AIGA 디자인 단가 조사프리랜서 디자이너 약 1,273명, 채용 담당자 150명클라이언트가 디자이너를 AI로 바꾸는지까지 물었다. 자세한 단가 표는 유료
Envato 2026 크리에이티브 AI 보고서크리에이터 1,780명AI는 이미 작업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응답이 다수

출처: HBR(연구 소개), Fast Company 단가 조사, Envato. 조사마다 대상과 질문이 달라 나란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일감이 줄어든 쪽은 주로 단순하고 빠른 일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위 그림에서 수면 아래에 있는 일, 그러니까 판단과 책임이 필요한 일은 아직 사람 몫이다. 문제는 그 일이 클라이언트 눈에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값을 깎자는 말에 어떻게 답할까

"AI가 거의 다 했으니 싸게"라는 말은, 일을 시간으로 계산할 때 나온다. 그림이 이미 있으니 시간이 덜 들 거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대답도 시간이 아니라 남은 일로 하는 편이 낫다.

AI 시안을 받았을 때 확인, 나누기, 견적, 기록의 네 단계로 정리한다.
AI 시안을 받았을 때 확인, 나누기, 견적, 기록의 네 단계로 정리한다.
클라이언트의 말이렇게 답해 볼 수 있다
"거의 다 됐으니 다듬기만""방향은 좋아요. 그대로 쓸 수 있는 것과 다시 만들어야 하는 걸 나눠서 보여 드릴게요."
"AI로 했으니 더 싸게""시간이 아니라 남은 일 기준으로 드릴게요. 목록을 보시고 빼실 건 빼셔도 돼요."
"이 그림 그대로 로고로""로고는 확대·축소와 상표 확인이 필요해서, 이 그림을 바탕으로 새로 그려야 해요."
"챗GPT는 이렇게 하라던데""그 방향도 해 볼게요. 대신 두 안을 나란히 놓고 고르시죠."

이 사이트가 정리한 예시다. 상황과 관계에 맞게 말투를 바꿔 쓰자.

핵심은 AI 시안을 깎아내리지 않는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을 그림으로 보여 준 건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다만 그 그림이 '시작점'이라는 걸, 남은 일 목록으로 보여 주면 된다.

회사 안에서도 같다. 상사가 AI로 만든 화면을 내밀면, 그걸 출발점으로 받되 "여기서부터 제가 판단한 것"을 따로 적어 두자. 무엇을 바꿨고 왜 바꿨는지. 그게 쌓이면, 디자이너가 픽셀만 옮긴 게 아니라는 기록이 된다.

그래서 지금은

  1. 견적서에 줄을 나누자. "디자인 1식" 대신 권리 확인, 글자 다시 짜기, 파일 정리, 매체별 제작, 수정 몇 회처럼 남은 일을 줄마다 적자. 클라이언트도 어디에 돈을 내는지 보인다.
  2. 받은 시안의 출처를 물어 두자. 어떤 AI로 만들었는지, 그 서비스가 상업적 이용을 허락하는지.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디자이너가 떠안지 않도록, 메일로 남겨 두자.
  3. 내가 바꾼 것을 기록하자. 처음 받은 AI 시안과 최종 결과물을 나란히 저장해 두자. 포트폴리오에도, 다음 견적 협상에도 쓸 수 있다.

AI 도구를 실제 작업에 어떻게 쓰는지는 AI 디자인 도구, 실무에서는 어떻게 쓰나에, 쓰임새별 AI 도구는 AI 디자인 툴에 모아 두었다.

출처: Fast Company(2026. 10. 12), Fast Company 단가 조사, HBR, 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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