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 · AI 디자인
클라이언트가 AI 시안을 보내며 "이것만 다듬어 주세요" 할 때
클라이언트와 상사가 챗GPT, 클로드로 만든 시안을 건네며 마무리만 부탁하는 일이 늘고 있다. 값은 깎이고 일은 그대로인 이 상황에서, 무엇이 남아 있는지 그림으로 정리하고 견적과 대화에 쓸 수 있는 순서를 담았다.
"AI로 대충 만들어 봤는데, 이것만 좀 다듬어 주실 수 있을까요?"
요즘 이런 메일을 받는 디자이너가 많다. 첨부된 건 챗GPT나 클로드로 만든 로고, 포스터, 랜딩 페이지 시안이다. 그리고 대개 한 줄이 더 붙는다. "거의 다 된 거라, 비용은 좀 낮춰 주시면 좋겠어요."
10월 12일 Fast Company가 이 이야기를 다뤘다. 그래픽 디자이너 열두 명 넘게 인터뷰했는데, 지난 1년 반 사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사람이 많았다. 클라이언트는 AI 시안을 보내며 값을 깎고, 회사에서는 상사가 AI로 만든 화면을 내밀며 "이대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 의견을 내면 "챗GPT한테 물어봐"라는 답이 돌아오기도 하고, AI가 대신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있었다. 기사는 이렇게 디자이너가 '픽셀만 옮기는 사람'이 되어 간다고 썼다.
먼저 밝혀 둘 것. 이 글은 인터뷰 기사와 몇 개의 조사를 바탕으로 한다. 이런 일이 얼마나 흔한지 보여 주는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아래 그림과 순서는 기사 속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사이트가 정리한 것이다.
"거의 다 됐다"는 착각
클라이언트 눈에 AI 시안은 완성품에 가깝다. 그럴듯한 색, 그럴듯한 구도, 그럴듯한 글자. 그런데 그걸 실제로 쓰려면 해야 할 일이 꽤 남아 있다.
몇 가지만 짚어 보자.
글자는 대개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AI가 그린 글자는 그림이다. 고칠 수 없고, 한글은 특히 자주 깨진다. 로고라면 결국 손으로 다시 그려야 한다.
파일이 없다. AI가 주는 건 그림 한 장이다. 레이어도, 벡터도, 인쇄용 해상도도 없다. 명함, 간판, SNS용으로 쓰려면 다시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권리 확인이 남아 있다. 이 그림을 상업적으로 써도 되는지, 다른 브랜드 로고나 실존 인물과 닮은 데는 없는지. 이 부분은 AI 이미지, 클라이언트 작업에 써도 될까에서 자세히 다뤘다.
AI 시안이 해 준 건 "이런 느낌"을 정하는 일이다. 그것도 쓸모 있는 일이지만, 디자인 작업 전체로 보면 앞부분이다.
일감은 실제로 줄고 있나
분위기만이 아니다. 숫자로 나온 것도 있다.
| 조사 | 무엇을 봤나 | 결과 |
|---|---|---|
| 하버드 경영대학원·임페리얼 칼리지 연구 | 프리랜서 플랫폼의 일감 공고 | 이미지 생성 AI가 나온 뒤 8개월 사이, 이미지 관련 일감 약 17% 감소 |
| Fast Company·AIGA 디자인 단가 조사 | 프리랜서 디자이너 약 1,273명, 채용 담당자 150명 | 클라이언트가 디자이너를 AI로 바꾸는지까지 물었다. 자세한 단가 표는 유료 |
| Envato 2026 크리에이티브 AI 보고서 | 크리에이터 1,780명 | AI는 이미 작업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응답이 다수 |
출처: HBR(연구 소개), Fast Company 단가 조사, Envato. 조사마다 대상과 질문이 달라 나란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일감이 줄어든 쪽은 주로 단순하고 빠른 일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위 그림에서 수면 아래에 있는 일, 그러니까 판단과 책임이 필요한 일은 아직 사람 몫이다. 문제는 그 일이 클라이언트 눈에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값을 깎자는 말에 어떻게 답할까
"AI가 거의 다 했으니 싸게"라는 말은, 일을 시간으로 계산할 때 나온다. 그림이 이미 있으니 시간이 덜 들 거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대답도 시간이 아니라 남은 일로 하는 편이 낫다.
| 클라이언트의 말 | 이렇게 답해 볼 수 있다 |
|---|---|
| "거의 다 됐으니 다듬기만" | "방향은 좋아요. 그대로 쓸 수 있는 것과 다시 만들어야 하는 걸 나눠서 보여 드릴게요." |
| "AI로 했으니 더 싸게" | "시간이 아니라 남은 일 기준으로 드릴게요. 목록을 보시고 빼실 건 빼셔도 돼요." |
| "이 그림 그대로 로고로" | "로고는 확대·축소와 상표 확인이 필요해서, 이 그림을 바탕으로 새로 그려야 해요." |
| "챗GPT는 이렇게 하라던데" | "그 방향도 해 볼게요. 대신 두 안을 나란히 놓고 고르시죠." |
이 사이트가 정리한 예시다. 상황과 관계에 맞게 말투를 바꿔 쓰자.
핵심은 AI 시안을 깎아내리지 않는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을 그림으로 보여 준 건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다만 그 그림이 '시작점'이라는 걸, 남은 일 목록으로 보여 주면 된다.
회사 안에서도 같다. 상사가 AI로 만든 화면을 내밀면, 그걸 출발점으로 받되 "여기서부터 제가 판단한 것"을 따로 적어 두자. 무엇을 바꿨고 왜 바꿨는지. 그게 쌓이면, 디자이너가 픽셀만 옮긴 게 아니라는 기록이 된다.
그래서 지금은
- 견적서에 줄을 나누자. "디자인 1식" 대신 권리 확인, 글자 다시 짜기, 파일 정리, 매체별 제작, 수정 몇 회처럼 남은 일을 줄마다 적자. 클라이언트도 어디에 돈을 내는지 보인다.
- 받은 시안의 출처를 물어 두자. 어떤 AI로 만들었는지, 그 서비스가 상업적 이용을 허락하는지.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디자이너가 떠안지 않도록, 메일로 남겨 두자.
- 내가 바꾼 것을 기록하자. 처음 받은 AI 시안과 최종 결과물을 나란히 저장해 두자. 포트폴리오에도, 다음 견적 협상에도 쓸 수 있다.
AI 도구를 실제 작업에 어떻게 쓰는지는 AI 디자인 도구, 실무에서는 어떻게 쓰나에, 쓰임새별 AI 도구는 AI 디자인 툴에 모아 두었다.
출처: Fast Company(2026. 10. 12), Fast Company 단가 조사, HBR, Env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