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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타일을 말로 옮기는 법
"느낌 있게 해주세요"를 받았을 때, 그리고 프롬프트를 쓸 때 필요한 어휘. 스타일을 여섯 겹으로 쪼개서 말하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좀 더 느낌 있게 해주세요." "트렌디하게요." "심플하면서 임팩트 있게."
이 말을 들으면 답답하지만, 반대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머릿속 이미지를 말로 옮기는 훈련을 받은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디자이너도 그 훈련이 충분히 안 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느낌을 원하세요"라고 되묻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회의는 두 시간 하고도 제자리입니다.
여기에 이유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이제는 툴에도 말로 지시합니다. 프롬프트를 쓰는 일이 클라이언트와 대화하는 일과 놀랄 만큼 비슷해서, 스타일을 언어로 분해하는 훈련이 그대로 실력이 됩니다.
스타일 이름은 시작점일 뿐입니다
"바우하우스 느낌으로 가죠"라는 말은 편리하지만 위험합니다. 같은 이름을 듣고 한쪽은 원색 기하 도형을, 다른 쪽은 무채색 산세리프 격자를 떠올립니다. 둘 다 근거가 있습니다. 스타일 이름은 수십 년 치 작업물을 한 단어로 묶은 것이라 해상도가 낮습니다.
그래서 이름은 대화의 출발점으로만 쓰고, 그다음에 쪼개야 합니다. 쪼개는 방식은 여섯 겹 정도로 나누면 웬만한 스타일이 설명됩니다.
여섯 겹으로 쪼개기
1. 시대와 양식
역사 속 이름을 붙이는 층입니다. 아르데코, 스위스 스타일, 멤피스, Y2K, 프루티거 에어로. 여기서 중요한 건 이름을 아는 것보다 그 이름이 무엇을 반대하며 나왔는지 아는 것입니다. 스위스 스타일은 장식을 덜어내려고 격자를 썼고, 멤피스는 그 금욕적인 태도가 지겨워서 나왔습니다. 맥락을 알면 어디까지 밀어도 되는지 감이 잡힙니다.
연대순으로 정리한 목록이 스타일 사전에 있습니다. 대표 이미지를 같이 봐야 말이 통합니다.
2. 형태
기하학적인지 유기적인지. 모서리가 각인지 둥근지. 선이 굵은지 가는지, 굵기가 일정한지 변하는지. 대비가 강한지 약한지. 여백이 넉넉한지 빽빽한지.
이 층은 클라이언트도 알아듣습니다. "모서리를 각지게 가면 단단해 보이고, 둥글리면 친근해 보입니다"처럼 형태와 인상을 짝지어 말하면 대화가 앞으로 나갑니다.
3. 색
색을 말할 때 "파란색"으로 끝내면 안 됩니다. 몇 가지를 같이 얘기해야 합니다.
- 채도가 높은지 낮은지 (형광인지 톤 다운인지)
- 명도 대비가 강한지 (배경과 글자가 붙어 있는지)
- 색 수가 몇 개인지 (두 색으로 버티는지, 열 색을 쓰는지)
- 조합의 성격 (보색으로 부딪히는지, 인접색으로 부드럽게 가는지)
"도파민 컬러"처럼 유행어로 말할 수도 있지만, 결국 채도와 색 수로 번역해야 손이 움직입니다.
4. 질감과 매체
가장 자주 빠뜨리는 층인데 효과는 가장 큽니다. 같은 도형도 어떤 매체로 찍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 보입니다.
리소그래프, 실크스크린, 신문 인쇄의 망점, 오프셋 미스레지스터, 복사기로 여러 번 복사한 거친 톤, 필름 그레인, 종이 섬유, 무광 코팅, 크롬 반사, 유리의 굴절과 뿌연 정도.
프롬프트에서도 이 층이 결과를 가장 크게 바꿉니다. "레트로한 포스터"보다 "실크스크린으로 2색 인쇄한 포스터, 잉크가 살짝 어긋난"이 훨씬 정확하게 나옵니다.
5. 구도와 시선
중앙 정렬인지 비대칭인지. 격자가 보이는지 숨어 있는지. 시선이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는지. 여백을 구조로 쓰는지 남은 공간으로 두는지. 요소가 겹치는지 서로 비켜 가는지.
사진이나 3D가 들어가면 카메라 얘기도 붙습니다. 정면인지 올려다보는지, 화각이 넓은지 좁은지, 피사계심도가 얕은지. 조명은 한 방향에서 강하게 떨어지는지, 전체가 고르게 밝은지.
6. 분위기
마지막에 형용사를 붙입니다. 단정한, 어수선한, 차분한, 들뜬, 축축한, 건조한, 싸구려 같은, 비싼. 이 층만 가지고 대화를 시작하면 앞서 말한 "느낌 있게"가 되고, 앞의 다섯 층을 정한 다음에 붙이면 미세 조정이 됩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클라이언트와 대화할 때
이름과 이미지를 항상 함께 놓습니다. 말만 주고받으면 서로 다른 그림을 보고 합의한 줄 착각합니다. 스타일 이름을 꺼냈으면 그 자리에서 이미지를 세 장 띄우고 "이 중 어느 쪽인가요"를 묻는 게 회의 한 시간을 아낍니다.
하지 말 것도 같이 정합니다. 원하는 걸 말하기는 어려워도 싫은 건 대부분 분명합니다. "그라디언트는 안 쓴다", "손글씨체는 제외", "사진은 인물 없이"처럼 금지 목록을 세 줄만 받아 놓으면 시안 방향이 크게 빗나가지 않습니다.
용어는 맞춰 둡니다. 서로 다른 뜻으로 같은 단어를 쓰고 있으면 끝까지 어긋납니다. 인쇄가 걸린 일이면 도련, 오시, 별색처럼 현장에서 쓰는 말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게 좋습니다. 필요하면 용어 사전을 띄워 놓고 얘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프롬프트를 쓸 때
같은 여섯 겹을 순서대로 쓰면 됩니다. 다만 프롬프트에는 몇 가지 요령이 더 있습니다.
- 매체와 기법 이름이 형용사보다 강합니다. "빈티지한" 대신 "1970년대 오프셋 인쇄, 잉크 번짐" 쪽이 훨씬 정확합니다.
- 부정문은 잘 안 듣습니다. "텍스트 없이"라고 써도 글자가 나옵니다. 부정할 것을 빼는 대신 대체할 것을 넣는 편이 낫습니다. 빈 공간을 원하면 "빈 여백"이라고 지정하는 식으로요.
- 한 문장에 다섯 가지를 넣으면 세 가지만 반영됩니다. 중요한 것을 앞에 두고, 나머지는 결과를 보고 한 겹씩 얹습니다.
- 비교 대상이 있으면 그걸 말합니다. 특정 작가나 스튜디오 이름을 넣는 방식은 결과가 빠르게 잡히지만, 살아 있는 작가의 화풍을 그대로 베껴 상업 작업에 쓰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양식 이름과 매체 이름으로 돌려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 기록해 두면 자산이 됩니다. 잘 나온 프롬프트는 다음에 또 씁니다. 스타일별로 어휘를 모아 두면 그게 팀의 스타일 가이드 초안이 됩니다.
결국 어휘의 양
말로 옮기는 능력은 결국 아는 단어 수에 비례합니다. 리소그래프를 모르면 리소그래프 느낌을 요청할 수 없고, 미스레지스터를 모르면 그 어긋남을 의도적으로 쓸 수 없습니다.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든 프롬프트든, 막히는 지점은 대개 감각이 아니라 어휘입니다.
그래서 스타일 이름과 매체 이름을 의식적으로 외워 두는 게 생각보다 실용적입니다. 자주 쓰는 것부터 서른 개쯤 손에 붙으면 회의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